- 얼마 전에 '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 질문 1 : 나의 마음을 움직인 명언이나 격언은?'에 대한 포스팅을 한 적이 있었는데요. 아이스 브레이킹 문답 카드라는 것이 어색하고 서먹한 자리에서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를 좀 깨 보자! 와 비슷한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 재미로 이용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상대방을 알아가는 것에 작지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뼛속까지 INTJ인 탓에 타인에게 큰 관심을 두지는 않지만,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굳이 나누자면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사람과 알게 되어도 나쁘지 않을 사람들 이렇게 두 가지 부류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과연 MBTI 유형이 다른 주변 사람들은 같은 질문에 어떤 답을 하게 될지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 그래서 급하게 INTP와 ISFJ를 모셔보았습니다.
- 문답은 재미를 위해, 구어체로 표현해보았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 아이스브레이킹용 질문 카드는 테이블 톡, 베이식 편입니다.
1. 만약 환생한다면 무엇으로 태어나고 싶은가요?
- 좀 더 재밌고 창의적인 질문이었으면 좋겠는데, 하필 뽑아도 이런 걸 뽑았네요. 보통 이런 질문은 고등과정 중에(특히 교수님들 시중들 때) 빈번하게 발생합니다만 어느덧 제 나이는 (중략)이고 고뇌는 진작에 끝내 놓은 상태였습니다.
INTJ : 별로 환생하고 싶지 않아 (단호)
INTP : 음, 맞아 (동의)
INTJ & INTP : ISFJ야 넌 어때
ISFJ : (한참을 고민하다가) 새
INTP : 새?
ISFJ : ... 랑 해양생물(머뭇) 자유로우니까?
INTP : Aㅏ
INTJ : 해양생물이면, 개불?
INTP : 개불 ㅋㅋㅋㅋㅋㅋ
ISFJ : 아니, 하필이면 개불이 뭐야 (짜증) 범고래 같은 걸 말하는 거라고
2. 가장 좋아하는 편의점 간식 3가지는?
- 이 질문은 각자의 취향이기 때문에, MBTI와 크게 관련은 없지만..
INTP : 핫바, 트롤리, 민트 초콜릿 우유
ISFJ : 자가비, 요커트톡, 모둠 하리보젤리
INTJ : 핫식스, 포키, 포테이토칩
INTP : INTJ는 진짜 저 3개가 변하질 않네 ㅋㅋ 아 근데 모구모구도 있었잖아
INTJ : 모구모구가 무엇입니까?
ISFJ : 기억도 못하는 것봐
INTJ 혼자 저 3가지만 수년간 먹고 있음. 앞으로도 더 먹을 수 있을 것만 같음.
3. 우울함을 달래주는 노래가 있나요?
ISFJ : 음... 나는 (고민 중)
INTP : 반야심경 리믹스?
INTJ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ISFJ : 아니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INTP : 어떻게 우울하냐에 따라 다른데.
INTJ : 어떤 이유로 우울했냐에 따라 다르다는 거지?
INTP : 정확해. 근데 나는 캐논 변주곡이 제일 좋고, 가사 없는 웅장한 노래나 뉴에이지를 제일 좋아함.
(어쩌고저쩌고 이러쿵저러쿵)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것을 말하며 신나 하는 INTP와 그것을 조용히 들어주는 INTJ, ISFJ
INTJ : ISFJ는?
ISFJ : 그때그때 달라. 그렇지만 신나는 거.
INTJ : 어떻게 우울하냐에 따라 달라지는 건 맞는 듯. 잔잔하게 우울하면 좀 더 그 기분에 머물러 있으려 어두운 분위기의 노래를 듣기도 하고 또 우울해진 이유가 너무 괴로울 땐 신나는 음악 들으면서 억지로 벗어나려고 하기도 하고.
INTP : 웬만하면 우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노래가 좋지. 억지로 우울한 감정에서 벗어나려고 하면 더 피곤해지거든.
4.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INTP : 언젠가 내 곁에 아무도 남지 않게 된다면? 이런 상상을 했을때가 가장 무섭지.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과 틀어져 버리는 경우도 포함해서. 인간관계가 좁고 깊어서 더 그런 것 같아. 좋아하던 사람들과 계속 붙어있을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떨어져 있다 보니까 그런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 내가 생각해봐도 내 스스로 사회화가 덜 되긴 했어. 사회생활도 무서워. 내가 잘해야 되는데 잘 못할까 봐? 의도치 않은 오해 이런 거 때문에.
ISFJ : 변화라고 해야 하나? 안정적인 게 좋아서 바뀌는 게 무서워. 좋은 점도 물론 있겠지만 바뀌고 나면 한 치 앞을 모르잖아. 안정을 추구하는 유형이라 하더라고 퇴사하는 것도 무서운 것 같아.
INTP : 그래서 직장을 옮기지 않는 걸 수도.
ISFJ : 맞아. 다른 곳에 또 적응하기가 힘들어서, 그래도 참을 수 있을 정도로만 참고 있어. 한계를 넘어서면 가차 없이 나갈 거야.
INTJ : 나는 사회생활이 무섭다기 보단 힘들고 질려. 극혐. 무서운 거랑은 구분을 좀 해야 돼.
INTP : 음, 나는 무서운 게 맞아.
INTJ : 그리고 어려서부터 죽음에 대해 생각하다가 잠을 제대로 못 잔 경우가 많아. 무서움에 그랬던 것 같은데, 지금은 왜 무서운지에 대해 고민을 마치고 답을 내놓은 상태라서 예전만큼 무섭지는 않은 것 같아. 직업 특성상, 죽음을 너무 가까이 자주 봐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타인이 비슷한 이유로 내 곁을 떠날까봐 두려운 건 나는 그러지 않을거라는 오해와 착각으로부터 오는 건방짐이라고 생각했어. 건방지다고 내 자신을 탓해야만 덜 슬펐으니까. 누구나 시간이 되면 떠나기 마련이고, 그건 어떤 식으로든 막을 수 없다는 걸 알아. 충분히 겪었고 겪은 만큼 이해하고 타협했기 때문에. (중략)
- 이렇게 4가지 정도만 뽑아서 아이스 브레이킹을 해보았습니다. 모두 아이스 브레이킹이 필요 없는 대학 동기들이자 전우들이지만 간단한 주제로 좀 재밌게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던 것 같네요. 실제로 아이스 브레이킹 문답에 참여한 친구들이 재밌어하더군요.
- INTP 친구와 대화를 해보니까 비슷한 부분은 무섭도록 비슷하고 다른 부분은 확연하게 다르긴 하더라고요. 인식형 P냐, 판단형 J냐에 따라서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니, 놀랍습니다. 게다가 대화들 모두 INTP가 먼저 말하기 시작하고 이들이 대화를 주도했습니다. 그러니까 INTJ인 제가 주제를 하나 던지면, 관심 있는 분야의 경우 INTP이 알고리즘처럼 파생에 파생을 시켜 대화를 이어가더군요. 전 그럼 그걸 듣다가 간간히 의견 어필하고 그들의 사이에 껴있는 우리의 ISFJ는... 힘냈으면 좋겠습니다.
- 공감도 잘하고 타인의 감정을 잘 캐치하는 현실적인 완충제, ISFJ가 있었기 때문에 지난 대학생활 그나마 잘 챙겨서 보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전, INTP이나 ISFJ처럼 자기 일 잘 챙기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관심 없는 대학생활 과제나 일정을 자주 빼먹고 다녔거든요. 아 맞다.라는 말을 제일 많이 했습니다. 이거 빼먹고 저거 빼먹고. 관심 있는 일이 아니면 바보 소리를 들을 정도였으니까요. 공상이나 망상의 세계에서 허우적대면 현실적인 ISFJ가 INTP와 INTJ인 저를 잘 캐치해줬다고나 할까. 하여튼 매우 고맙습니다.
- 마지막으로 INTP의 말을 들으면 저도 의견을 어필할 만한 영감이 떠오르는 것을 느낍니다. 이들은 자기 분야에 철두철미하고 생각도 깊습니다. 비슷하지만 나와는 뭐라 말할 수 없는 다름과 특별함이 있어요. 그들의 지식의 바다는 저도 가늠이 불가합니다. 이 친구가 던지는 팩폭들은 아마 맞아보지 않으면 모르실 텐데, 그 파급력이 마이크 타이슨 어퍼컷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 이러나저러나 모두 저에게는 소중한 사람들이죠. 이번 포스팅은 여기서 마치고 다음에는 더 재밌는 아이스 브레이킹 토크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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