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능력검정시험 노베이스 직장인 2달 공부 1급 합격 후기
안녕하세요. 김우쥬입니다. 지난 6월 11일 제59회 한국사 능력 검정 시험 심화 과정이 있었습니다. 3교대 직장인인 저도 도전했고 6월 24일 무사히 1급에 합격했습니다. (짝짝짝) 도전했던 이유는 퇴사나 이직에 관심을 두면서 한국사 능력 검정 시험의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준비 기간은 딱 2달. 4월 중순쯤에 단꿈 자격증에서 심화과정 인터넷 강의를 구매해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시험은 심화와 기본으로 난이도가 나뉘는데 굳이 심화를 선택했던 이유는 자격증을 따내기 위해 가장 빨리 볼 수 있었던 시험날에 하필 심화 과정만을 시행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 제가 전공을 유지하면서 이직을 희망했던 곳의 2021년 상반기 응시자격 요건에서 시험의 급수가 높을수록 높은 가산점을 주었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고요.
하지만 저는 안타깝게도 뼛속까지 이과생이었습니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 ‘사회과’ 과목으로서만 존재하던 한국사를 1년 정도 배우고 바로 생물, 지구과학, 화학, 물리와 같은 과학과 수학에 집중했었죠. 그때는 한국사에 크게 관심도 없었을 때였습니다. 능력검정시험의 존재만 겨우 인지하고 있을 때랄까. 제 전공의 취업시장이란 다른 과들과는 크게 달라서 특정 시험을 보고 자격만 얻어내면 취업까지는 무사히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급수를 따지는 시험과는 동떨어져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달려온 저의 현 주소가 점차 마음에 들지 않게 되었습니다. 으레 다른 직장인들이 그러하듯 차별과 억압, 임금 문제, 말도 안되는 상명하복과 같은 것들에 질리게 된 겁니다. 좀 더 차분한 직장에서 일하고 저녁 있는 삶 속에서 다양한 공부들도 병행하고 싶었어요. 저는 모르는 것을 배우고 깨닫는 것에서 쾌감을 느끼고 활력을 되찾는 스타일이거든요. 퇴근 후 뻗어서 자고 다시 출근하고 퇴근하고 자고 다시 출근하고. 이런 도돌이표 같은 삶에 넌덜머리가 났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일단 시작하고 봤는데, 매번 다른 출퇴근 시간에 맞춰 인강을 듣고 남는 시간을 쪼개 공부하기가 어찌나 힘들던지. 매일같이 책상에 앉아 인간을 틀어놓고 졸다가 일어나는 것을 반복했습니다. 제가 아는 것은 뗀석기가 전부였는데 삼국시대로 들어오면서 몇 세기에 어떤 왕이 어떤 업적을 남겼는지 외우는 것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게 고려시대 조선시대까지 오면서 사회, 경제, 문화 문제로 번져나가게 됩니다. 회사에 들어오는 신입들 이름도 잘 외우지 못하는데 얼굴도 매칭이 안 되는 사람들의 이름이 마구 쏟아진 덕분에 한국사 공부를 포기해야 하나 고민하던 순간들도 있었죠. 어려움은 일제강점기에서 정점을 찍었습니다. 군대명에 혁명과 독립, 광복이 마구잡이로 섞여 그야말로 대혼란이었어요. 인강을 귀로 듣고 눈은 교재를 보며 무선 노트에 이름들을 쓰고 또 써나갔습니다. 눈에 익숙해지거나 손에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해서 썼습니다. 쉬는 날이면 하루에 노트 반권 정도를 깜지로 써버렸습니다. 바보같이 시간을 낭비하는 무식한 방법일지도 모르겠으나 원래 공부는 무식하게 하는 거라고, 아는 게 남들보다 없으니 끊임없이 부딪혀야 하는 건 당연한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어요. 그렇게 한달 반을 썼습니다.
시험이 2주쯤 남았을 때부터 기출문제를 문제 은행식으로 돌렸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일과 공부를 병행하던 몸에 이상이 왔어요. 제가 생각하기에도 무리를 했던 것 같습니다. 이명이 오면서 마치 비행기를 탄 것처럼 귀가 안 들리기 시작하더니 작은 바람소리에도 온 세상이 지진 난 것처럼 머리가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일하는 곳 내부에는 기계가 많아서 더 힘들었죠. 적게는 8시간 많게는 10시간 이상 일하는 데 내내 기계소리에 머리가 울리니 버틸 수가 없겠더라고요. 이른 아침에 너무 어지러워 벽을 붙잡고 일어나야 할 정도가 되자 병가를 신청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2주를 집에서 공부만 했던 것 같습니다. 처방 받은 스테로이드와 기넥신을 먹으며 때가 되면 잠을 자고, 때가 되면 일어나 공부했습니다.. 일하는 기계처럼 몇 년을 살다가 2주 병가를 받으니 하늘에 구름 흘러가는 것도 때로는 비가 내리는 것도 해가 지면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내는 달도 볼 수 있더라고요. 직장에서 벗어나 스트레스는 반토막이 되었지만 여전히 그 곳에 소속되어있는 저와 제 인생에 진한 회의감도 들었습니다.
어쨌든 아쉽기만 했던 2주가 지나고 오전에 집 근처 고등학교로 시험을 보러 갔습니다. 고등학교가 이렇게 생겼었지 생각하며 제 나이를 많이 실감하고 왔어요. 시험장에는 또래로 보이는 사람들, 직장인들, 아직 어린 초등학생 친구들, 임산부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그 날의 한능검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수험번호대로 자리를 찾아 앉아 초조하게 그간 공부해두었던 것들을 넘겨 보았습니다. 역시 공부는 미리 해두는 것이었어요. 요약집을 읽긴 읽는데 눈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막연히 시간만 흘려보내다가 시험을 쳤던 것 같습니다. 시험은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킬링 문제가 두어개 있었지만 변별력 문제라는 것을 감안하면 괜찮았습니다. 1번부터 50번까지 문제를 한 번 훑으며 다 풀고 시계를 봤을 때, 40분 정도 흘러있었고 나머지 시간 동안 다시 문제를 풀어보며 차분히 OMR에 마킹을 했습니다. 후회가 되지 않을 정도로만 반복하고 조금 일찍 시험장을 나섰어요. 집으로 돌아가다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쯤 가답안이 떠서 너무 흥분한 나머지 주차장 바닥에 시험지를 펴놓고 가채점을 해보았습니다. 결과는 97점. 2달간 악착같이 직장일과 공부를 병행했던 힘든 나날들이 보상받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6월 24일, 당당히 1급을 받았습니다.
단꿈 자격증에서 설민석 선생님 강의를 들었습니다. 평소에도 강연을 자주 찾아볼 정도로 좋아하는 분이라 인강 선택에 망설임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1급에 합격했으니 100% 환불이 가능하다고 해서 합격 인증을 남기고 신청해둔 상태입니다. 돈 걱정 많은 직장인이었는데 교재값과 시험비 정도만 내고 시험을 본 격이 되어서 참 다행인 것 같습니다.
어떤 일을 막연하게 ‘하고 싶다’ 생각하는 정도에서 실천하기까지에는 엄청난 괴리가 있는데 결국 그 간격을 체감하고 뛰어넘는 것은 내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을 몸소 느꼈습니다. 저는 도전했고 성공했습니다. 도전해서 크게 실패 본 일도 없으면서 무엇을 그렇게 두려워했는지 모를 일입니다. 두려움이 앞서 하고 싶었는데 포기해버리고 후회하는 것만큼 미련한 일도 없을 겁니다. 앞으로도 하고 싶은 것이 생긴다면 일단 해보려고 해요. 결과에 집착해 두려워했다면 완전하게 노베이스였던 이번 도전 역시 가망이 없다고 판단해 포기했을지도 모르니까요. 이번 도전은 앞으로도 두고 두고 회고해볼 만한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글을 읽어주신 분들 중에 시험을 앞두신 분들이 계신다면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힘 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화이팅입니다 :)